속초에 간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칠성 조선소 입니다.
속초를 많이 가봤지만, 칠성 조선소를 가본 건 처음 인데요, 공장형 카페 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오산이었어요.
정신없는 카페에서 나와서, 나지막하게 폐업된 공장 안 쪽을 들여다 보니, 이곳의 의미가 새로워 졌습니다.
이곳은 속초가 고향이자, 할아버지가 조선소에서 일할 때 놀이공간으로 유년시절을 보냈던 한 청년사업가(최윤성)가 그 소중한 장소를 소멸시키기 아쉬워서 다양한 관계자들과 여러차례의 회의 끝에 만들어 놓은 공간이랍니다 .
한국전쟁당시 속초로 피난온 그의 할아버지가 1952년에 세운 조선소가 칠성조선소 라고합니다. 가업을 물려받은 아버지가 가족의 삶을 지탱하던 현장이기도 했죠. 조선소 경영에는 굴곡이 있었어요. 속초앞바다에서 잡힌 오징어, 명태가 전국으로 흩어지던 수산업의 호황기도 있었지만 , 1990년대 초반 목선이 FRP(유리섬유보강플라스틱 ) 선박에 밀리면서 조선업은 사양길로 들어섰죠. 2017년까지 수리조선소로 연명하던 이곳이 폐업을 결정하면서 칠성조선소의 역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최윤성씨는 그 역사를 끝낼 수가 없었어요. 지금 카페가된 건물은 그가 여섯살때부터 살던 집이었다고해요. 목선의 뼈대아래서 술래잡기를 했고 , 배의 베어링이 망가지면 나오는 쇠구슬로 구슬치기를 하고, 망치 소리, 대패질소리는 엄마의 목소리처럼 당연하고 익숙한 유년기의 소리였다고 합니다.
최윤성씨는 남아 있는 기억만이 이곳의 전부가 아닐 테니, 생각, 자료, 물건, 기록, 구술 등 모든 것을 모아 ‘칠성조선소가 지닌 것’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무언가로 채운 공간 그 자체로, 어떤 주제에 집중하는 전시나 행사로, 합당한 교육으로, 혹은 어떤 풍경으로. 그 모든 것은 불특정 다수가 지금 칠성조선소에서 마주하는 것이자 최윤성씨 부부가 사는 의미라고 합니다.
속초에서 조선집 아이, 칠성집 아이로 살던 그는 청년이 되어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기억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가 만들고 있던 것은 배였다고 합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을 절대 허락지 않았던 부모님의 뜻은 유년기 기억과 청년 최윤성의 삶 사이에 차단막처럼 끼어들었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 흐름으로 연결되어 목재 쓰레기로 오직 감각에 의지해 만들어가는 배는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목선에 점점 가까워졌다.
'미술 하는 사람으로서 배에 대한 것을 내 방식대로 풀어보자 싶어서’미국으로 건너가 랜딩 보츠 빌딩스쿨이라는 일종의 직업학교에 입학해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 도면을 보며 나무를 켜고 잘라 만드는 것부터 완성한 배의 판매와 양도까지 책임지는 과정이었어요 . 3년 동안 매일 15시간 정도 배를 만들었고, 혼자 만든 배, 학부 조소과 동창인 아내와 같이 만든 배도 있었다. 일상이 오직 배에 몰입돼 있던 상태였죠 .
그 무언가를 안고 2014년 속초로 돌아왔어여 . 아버지의 조선소 일을 거들면서 동시에 칠성조선소 레저 선박 브랜드 ‘와이크래프트보츠’를 론칭해 카약과 카누를 만들었어요 . 배 길이와 무게를 줄여 일반인의 접근성을 높인 형태에 내구성, 완성도 미적 감각까지 더한 맞춤형배였어요 . 그러나 카약, 카누의 레저문화가 열리는 시기인 듯 했지만 안타깝게도 과잉공급 시장의 벽을 체감하고 물러서야 하는 시기로 해양레저를 향해 뻗어있던 그들의 돛은 잠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
아무튼 저는 ,
잊혀져가는 것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 덕분에 ,
잊혀진 세월들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고 , 이 여정을 걸어온 분들과 이 곳을 지키고 있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되었네요 .
강원도 속초에 누구라도 온다면 ..
옛 조선소의 풍경을 느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오리 (파주) (1) | 2024.01.28 |
---|---|
안반데기 ( 은하수 보는 곳) (0) | 2022.07.16 |
마라도 여행 (배 요금, 운항시간표, 짜장면, 마라도 기념품) (0) | 2022.07.01 |
2022휴가비 지원받으세요 (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신청기간,대상,방법, 근로자휴양콘도 ) (0) | 2022.06.27 |
명태회냉면 달인 (속초, 단천면옥) (0) | 2022.05.24 |